728x90
한여름 뙤약볕이 아까운 시절은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는 농촌이야기 뿐만 아니다.
못
키큰 나무밑 조차 그림자라곤 찾아보기 힘들게
햇볕이 널려있고 종일 그늘 구경도 못하게 생긴 곳에
고추 말리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
나도 해마다 기웃거리게 되는 게
직접 고추 말리는 것이다.
분명 일기예보에 사나흘 못 견디게 더운 날씨에
햇빛 쨍쨍을 확인하고 청양초 조금 사다 베란다에 펴 널고
다음 날 부터 하늘이 잿빛이다.
맞바람 치는 베란다에 널어 놓고
조금 훤해지는 듯 하면 내 마음도 환하고
해를 감추고 내려오는 구름은 내마음도 먹빛으로 어둡다.
어느 한 쪽 하늘이 비를 뿌려도
잠깐씩 말갛게 밝아지는 하늘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며칠씩 하늘 눈치 보고
우리동네는 검은 구름이 비껴가기를 바라고
이렇게 조바심치며 농사 짓다간 지레 병나지 싶다.
전원에서 텃밭 일구어 내 먹을 것 만이라도
내손으로 건강한 먹거리 장만해 안심하고 먹고 싶은데
그 거 쉬운 일 절대 아니다 싶다.
어제도 흐리고
오늘은 간간이 소나기 퍼붓고...
내일 구름 끼고 소나기 온다지?
그
리
운
햇빛~!
후두둑 후두둑 염장을 후비는 빗소리,
담주 내내 구름과 우산 그려진 일기예보,
지금도 베란다 창틀엔
빗방울이 대옹대롱 ...
빗줄기 가늘어지는 틈새에
베란다와 현관을 열어 들이친 맞바람에
시나브로 꽤 건조된 것들 사이로
검게 속에 곰팡이 앉은 것이 보인다.
이삼일이라도 반짝 맑음이면 투명하게
바짝 마를텐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