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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초 고추장 담기

秀我 2013. 9.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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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빛으로 종일 땅을 달구는 한 여름

 

자식은 부모님 뒷모습을  배운다더니

해마다 이맘 때면 어김없이 물고추 사서 말리시던

엄마 돌아가시고 나니

엄마를 도와 부엌 살림 조금 엿보던 아버지가

엄마처럼 못한 우리들 솜씨에

긴소리 짧은소리

잔소리만 느는 게 아니라

직접 하나 둘

엄마 하시던 일들을 전수하신 듯

엄마 하시던 그대로.......

 

 

올 봄 본인은 많이 편찮으셨지만

우린 그저 노환이라

대수롭지않게 받아들였고

어버진 여태 하시던대로 변합없이

부지런하게 움직이셨다.

 

4월 말

어느 날 저녁 잘 드시고

갑자기 응급실 입원 후 다음날 새벽.

그러니까 반나절 후 .........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별이라

갑자기 닥친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가눌 수 없는 슬픔도

애 타는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어느 새 부모님 하시던 그대로

태양보다 더 붉은 물고추를 사다 슬픔을 말리 듯

햇빛 샤워를 시키고......

 

 

 

엄마 손맛 그대로야 어림도 없는 장맛을 내고자

깨끗이 마른 곱디고운 태양초 고추장을 담았다.

재료:

 

고추장용 고춧가루로 빻은 고추가루 900그람

우리농산물 엿기름 500그람

메주가루 500그람

찹쌀 1키로그람.

3년 묵힌 천일염 700그람.

매실청 빼고 나온 매실과육 400그람.

 

찹쌀죽 쑤고

엿기름 가라앉힌 물에 찹쌀죽 넣은 후

팔팔 끓이고

매실과육은 엿기름 국물을 넣고 믹서에 한 번 갈아준다.

찹쌀죽 엿기름 끓인 것에 메주가루 넣고

골고루 저어 멍울이 사라지면

소금간 알맞게........

맑고 깨끗한 청양초 매운고추장

태양초 고추장이 태양ㄱㅖ 사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