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소매물도의 매혹속으로
여객선 터미널의 찬 공기에 커피 생각이 간절했던 친구가 뽑아 온 로드카페 블랙 커피 한잔을 돌려가며
마시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가끔 만나는 로드카페의 블랙 커피맛이 딱 맞아 떨어져 횡재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게 나만은 아닌지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만면에 만족한 표정들에 칭찬이 자자하다못해 커피를 뽑아온 친구의
자화자찬에 동감을 표시하고......
티켓팅을 하기전 홍도 여행에서 뱃멀리로 고생을 했다는 한 친구는 미리 멀미약을 챙겨먹고도
날씨가 맑고 좋아 아무 걱정 말라는 선장님의 조언에 약간은 안심하고 배후미에 나가 바다 바람과
포말을 만들며 부서지는 파도의 일렁임에 뒤로 뒤로 밀려나는 이름모를 섬들을 멀리하고
한시간 반의 통탕거림으로 소매물도 부두에 정박해 내리는 손님은 주민으로 보이는 세 사람과
우리 포함 외지인 다섯이 전부일 만큼 이름 그대로 작은 섬마을..
오르막 길이라야 소로의 한사람이 겨우 드나들 정도로 폭이 좁고
양 옆으로 여남은 가구의 낡은 집들 사이로 두 어채의 쓸만해 보이는 곳은
커피숖과 상점, 민박을 함께 하는 곳으로 작은 널판지의 팻말이 이정표 노릇을
착실히 하고, 길섶에 드문드문 있는 집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일까? 의심이
갈 정도로 허술한 곳에 노인네와 아들인 듯 한 중년의 남자가 물이 들어 등대섬의 입성이
아쉽겠다며 정상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오란다.
그곳도 정상인지라 가파른 곳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넓고 푸른 바다가 환상이라
앞만 보기도 아깝고 뒤돌아 보기도 아쉽고.....
진정한 감동이 있을 때만 셧터를 누르라는데 소매물도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의 섬들........
하나도 놓치고싶지 않아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비취빛 바다, 푸른 섬들, 날으는 갈매기, 지는 해, 떠다니는 배들
and......반짝이는 잎들 사이로 드문드문 붉은 동백....폐교가 된 학교, 아름드리 동백 나무에 가려져 더 외로워진 사택
과 얼기설기 얽어진 낡은 울타리....조그만 틈틈이 온통 푸른 바다.....가는 곳마다 눈 들어 놓치고 싶지않을 만큼 아름다운 매력에 빠져드는 곳 소매물도..
점심으로 사간 충무 김밥은 세어보지도않고 덥석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보니
다른 사람 몫을 챙기지못한 미안함이 어찌나 크던지......
곳간에서 인심 난다했던가?.
응용력은 어딜 내놔도 빠질리없는 친구가 만들어간 누룽지가 맛은 더했지만, 순간의 창피함이란...
동백숲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에 심취한 여인네들..
움직일 기세가 안보였다.
하산을 종용해도 막무가내 ....
여객선이 올 시간에 맞춰 여유를 부리다 부두에가서 회 한접시는 먹고 가야되지않느냐는 말에
서둘러 짐들을 챙겨들고,
내려오는 길목 곳곳에서 여전히 셔터를 눌러대기도..멈칫 풍광에 빠져들다가......
부두근처 해녀들은 벌써 한짐씩 잡아들고 뭍으로 오르고 발빠른 해녀는
산등성이 내려오는 외지인 맞이에 소리소리 알아듣기힘들지만,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몸짓으로 손님 안내에 빠져들 듯 따라갔던 곳에서
전복, 멍게,해삼, 석화, 성게에 그들이 먹으려 데친 낙치도 덤으로 ...
반주가 없어 아쉬웠을 친구.....왜..이럴때 준비성이 없는지....
벌써 팬션 한채가 들어서 있고, 또 한채의 팬션을 짓느라
이곳도 공사가 한창이어서 올 여름쯤엔 근사한 팬션에 셧터를 누르고 있을지도.....